사이토 — 늙음을 두려워한 자가 가장 빨리 늙는다
사이토는 작전의 의뢰인이면서 동시에 가장 약한 참여자다. 약제사 유서프를 만나러 가는 자리에 합류 의사를 밝히자 임스가 '관광객 자린 없어'라고 반발한다. 그 핀잔은 사이토 인물 전체를 압축한 진단이다 — 그는 프로페셔널 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권력과 자본이 만든 자리 외엔 자기 자리가 없는 사람이다. 1단계 빗속 추격전에서 피셔 무의식의 총에 맞아 사경을 헤매다 결국 사망해 림보로 떨어진 그는, 림보 안에서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여 폭삭 늙어버린다. 코브와 정반대로 림보를 현실로 인식해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가장 깊은 강박이 늙음 그 자체라는 점이 결정적이다 — 헬리포트, 1단계 창고, 림보 고성 세 곳에서 그는 '혼자 늙어가며 죽음을 기다릴 것이냐'는 같은 말을 세 번 반복한다. 그 두려움이 그를 림보의 시간에 가장 취약하게 만든 셈이다. 영화의 첫 장면 — 만신창이 코브를 발견해 고성으로 데려간 일본인 노인 — 이 늙은 사이토임이 후반에야 밝혀지는 수미상관 구조는 그가 코브를 기다린 시간의 무게를 시각화한다. 그리고 1단계 사경의 와중에도 그가 코브에게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네'라 말한 것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이미 출국 전에 코브의 수배 해제를 다방면으로 세팅해 두고 부하들에게 '작전 실패로 내 전화가 안 오면 취소시키라'는 지시를 내려놓은 — 즉 자신의 죽음에도 약속이 자동 발효되도록 설계해둔 사람의 자신감이다. 토템 없이 추격에서 비롯되는 이질감만으로 꿈을 판별하는 그의 훈련된 직감은 1단계의 추출 시도에서 카펫의 재질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챈 그 장면과 정확히 호응한다. 그는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가 가장 약해진 모습으로 영화의 시작과 끝을 모두 책임지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