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숙이, 향숙이 예쁘다—목격자의 어긋난 말투
백광호의 그 유명한 한 마디 '향숙이! 향숙이 예쁘지.'는 사실 그가 첫 살인을 직접 목격한 자라는 흔적이었다. 박두만이 '여자들 니가 다 죽였지?'라고 묻자 그는 '아무도 안 죽였어'라고 답하고, '왜 죽였어?'에는 '그야 나도 모르지'라고 받는다. 박두만은 자백으로 들었지만 백광호는 옆에서 직접 본 것을 증언하는 어투를 쓰고 있었다—'그(그 남자)가 여자들 어떻게 했어?'로 질문을 받아들였기에 술술 대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발달장애의 '~다'를 이상한 곳에 붙이는 어투에 가려져 있었을 뿐.
아궁이의 트라우마—'불이 얼마나 뜨거운데!'
영화 속에 직접 설명되지 않지만 봉준호가 밝힌 캐릭터 설정에 의하면, 백광호는 어릴 적 아버지 '덮쳐라 백씨'가 바람피우는 것을 목격하고 어머니에게 일렀다가 화가 난 아버지에게 아궁이에 던져졌다. 화상 흉터와 정신적 손상이 함께 생겼고, '진실을 말하면 큰 화를 입는다'는 트라우마가 박혔다. 형사들이 박현규의 사진을 들이밀며 증언을 요구할 때 그가 '불이 얼마나 뜨거운데!'라며 횡설수설한 것은 그래서다. 유심히 들으면 '나 어렸을 때... 아궁이에 날 집어던졌다, 저 사람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영화 내내 그는 입을 열려다 멈추는 사람이다.
두만의 손에 묻은 피
백광호는 형사들 사이의 난투 중 휘두른 각목으로 조용구의 다리를 못으로 찌르고, 겁을 먹고 도망친다. 박두만이 박현규의 사진을 들이밀며 증언을 강요하다 결국 그를 놓치고, 백광호는 철도 위로 올라가 호루라기를 불다 박두만의 만류에도 늦어 열차에 치여 죽는다. ⟦OUTSIDE: 그 다음 컷에서 카메라는 박두만의 손에 튄 백광호의 피를 몇 초간 클로즈업한다. 어떤 대상을 클로즈업으로 몇 초간 잡는다는 것은 그 대상에 상징적 의미를 담겠다는 감독의 의도—백광호의 죽음은 박두만이 그에게 누명을 씌운 그 순간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이후 박두만은 그가 사줬던 나이스 운동화를 멍하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