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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인물편

박두만

protagonist · 송강호

직감·미신·고문을 무기로 삼는 구시대 시골 형사. '무당 눈깔'을 자처하며 사람 얼굴만 보면 범인을 안다고 믿었지만, 사건이 깊어질수록 차분해지는 대신 텅 비어 간다. 영화 마지막에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그 자.

'무당 눈깔'의 시초와 붕괴

박두만은 자신이 용의자의 얼굴만 보면 범인을 안다고 주장한다. 숲에서 자위행위를 하다 도망친 남자를 인파 속에서 잡아낸 일화는 그 자랑의 근거가 됐다(빨간 속옷이 살짝 삐져나온 것을 캐치했다). 그러나 이 능력은 좁은 시골 사회에서 짬으로 익힌 눈썰미일 뿐, 전대미문의 엽기 살인 앞에서는 무력하다. 신반장에게 브리핑하며 12.16을 '12일과 16일'로 잘못 읽는 장면, 타자기도 제대로 못 쳐 용의자가 알려주는 장면 등은 그의 '직감'이 결국 학력과 시스템의 부재를 가리는 가면임을 누설한다.

메뚜기 소년과 거울—자기를 마주한 첫 장면

오프닝 논두렁에서 박두만은 어둠 속을 보기 위해 라이터가 아닌 깨진 거울 조각을 주워 든다. 거울을 손에 든 직후 카메라는 박두만과 같은 옷·머리의 메뚜기 소년이 그의 말('저리 가')과 행동을 흉내내는 모습을 비춘다. 박두만이 그 소년을 어이없이 바라보다 무언가 깨달은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뜨는 짧은 순간이 첫 장면을 닫는다. ⟦OUTSIDE: 봉준호는 이 거울 소품을 작위적으로 등장시켰고, 이후 영화 곳곳에 박두만과 메뚜기 소년을 동일시하는 단서를 깔아 두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소름돋는해석 블로그).⟧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박두만은 자신과 비슷한 누군가를 마주하는 것이다.

4번째 테이크의 '밥은 먹고 다니냐?'

터널 앞 빗속에서 박현규에게 박두만이 던지는 대사는 원래 시나리오에서 '됐다. 가라.' 한 줄이었다. 봉준호는 '박두만이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것 같은데'라는 막연한 언질만 송강호에게 줬고, 살수차로 추위 속에 비를 뿌리며 '다시'만 반복했다. 송강호는 피를 말리는 기분으로 여러 대사를 시도한 끝에 4번째 테이크에서 '씨발, 모르겠다... 밥은 먹고 다니냐?'를 던졌고, 그 자리에서 마음에 들어한 사람은 봉준호 한 명뿐이었다. 봉준호는 최종 편집 직전 이 테이크를 끼워 넣었다. 송강호의 자평—'만약 범인을 만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 이 대사는 1) 박현규에게 던지는 모욕, 2) 어딘가 있을 진짜 범인을 향한 외침, 3) 박현규에게 느낀 막연한 연민 사이를 미끄러진다.

17년 후,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자

녹즙기 영업사원이 된 박두만이 우연히 첫 사건 현장 논두렁을 들여다본다. 한 여자아이가 '며칠 전에도 어떤 아저씨가 똑같이 여기를 들여다봤어요. 그냥 평범하게 생겼어요'라고 말한다. 카메라는 박두만을 뒤로 잡고, 다음 컷에서 그가 고개를 들어 렌즈를 완전히 정면으로 응시한다. 영화 연출의 금기를 의도적으로 위반한 이 시선에 대해 봉준호는 '이 영화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범인을 의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재는 부산교도소에서 이 영화를 세 번 보았으니, 17년 뒤 감독의 의도는 결국 적중한 셈이다. ⟦OUTSIDE: 단 백수골방·소름돋는해석 등 일부 평론은 이 장면을 '박두만이 범인을 보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자리에 앉은 우리 모두를 향해, 또는 범인이 관객을 향해 던지는 시선'으로 뒤집어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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