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무저항 청자
샌디는 존의 조교로 10년간 그를 보필해오며 연심을 품고 있다. 등장인물들 중 유일하게 존이 어떤 말을 하든 동요하지도, 놀라지도 않고 차분하게 그를 두둔해준다. 다른 교수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로 존을 몰아세우고 반박할 때, 샌디는 존의 이야기를 증명해야 할 '대상' 으로 보지 않고 그의 '삶'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 카메라는 종종 샌디를 단독으로 비추는데, 그녀의 표정은 의심하는 자의 것이 아니다 — 그녀는 질문을 던지기보다 존의 감정을 살피며 그를 보호하려 한다.
결말 — 14,000년의 고독이 해소되는 자리
혼자서 떠나려던 계획을 변경한 존이 자신을 사랑하는 샌디와 함께 떠나기로 하는 결말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10년마다 정체를 숨기고 도망쳐야 했던 존이 처음으로 자신의 정체를 알고도 곁에 남기로 선택한 동반자를 만난 것 — 14,000년 동안 짊어져 온 '완전한 고독' 이 해소되는 순간이다. 다른 이들에게 존의 삶은 '증명과 논쟁' 의 대상이었지만, 샌디에게는 '이해와 공유' 의 대상이었다. 다만 연극판 결말에서는 존이 '안 돼...'라며 샌디의 손을 거절하는데, 이는 영생자가 사랑조차 윤리적 부담으로 짊어진다는 또 다른 결말의 가능성을 열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