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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Special Pick
살인의 추억

살인의 추억

Memories of Murder

봉준호 감독 · 2003

1980년대 화성의 들녘에서 잡히지 않는 강간 살인범을 쫓는 시골 형사 박두만과 서울 형사 서태윤이, 직감과 서류라는 정반대 신념을 함께 무너뜨리며 결국 자신들도 시대의 공범이었음을 깨닫는 미제 스릴러.

제 1 장

인물의 그물

이 작품을 떠받치는 13명의 인물과 8개의 관계.

Mini Map

박두만

protagonist

송강호

직감·미신·고문을 무기로 삼는 구시대 시골 형사. '무당 눈깔'을 자처하며 사람 얼굴만 보면 범인을 안다고 믿었지만, 사건이 깊어질수록 차분해지는 대신 텅 비어 간다. 영화 마지막에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그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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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윤

protagonist

김상경

'서류는 거짓말을 안 한다'를 신념으로 삼는 4년제 대학 출신 엘리트 형사. 처음에는 지방 형사들을 비웃지만, 안면이 있던 여중생 김소현이 살해된 뒤 가장 먼저 무너져 박현규에게 총을 겨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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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구

supporting

김뢰하

박두만의 후배 형사이자 군화발 폭력의 상징. 백광호를 짓밟고 시위대 여대생을 군홧발로 차며 분노조절장애가 의심될 정도로 휘두른다. 그 다리는 끝내 못에 찔리고 파상풍에 걸려 잘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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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호

supporting

박노식

발달장애와 화상 흉터로 동네 바보 취급을 받던 청년. 사실은 첫 살인을 직접 목격한 유일한 증인이었지만, 박두만의 강압 수사에 자백 강요당하고 끝내 기차에 치여 죽는다. 진실을 말하면 화를 입는다는 아버지로부터의 트라우마가 입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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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규

antagonist

박해일

전역 후 공장 취직한 직후부터 사건 발생, 비 오는 날마다 '우울한 편지' 라디오 신청, 부드러운 흰 손—정황 증거 모두가 그를 가리켰던 마지막 용의자. 그러나 미국에서 온 DNA 검사 결과가 그를 풀어준다. 박해일에게 봉준호는 '너는 범인이 아니라고 결백하다고 믿고 연기하라'고 비밀스레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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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철

supporting

송재호

구희봉 후임으로 부임한 경상도 사투리의 냉철한 반장. 박두만·조용구의 무능을 간파하고 서태윤의 합리적 수사에 힘을 실어준다. 본인도 성격은 괄괄해 다투는 두 형사에게 의자를 던지고 폭력을 휘두른 조용구를 직접 두들겨 팬다. 마지막엔 김소현 시신 앞에서 기자의 녹음기를 무력하게 밀어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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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victim

우고나

비 오는 날 경계 초소에서 형사들에게 학교 변소 살인마 이야기를 들려준 여중생. 서태윤이 학교 양호실에서 등에 반창고를 붙여준 적이 있는 사이. 야산에서 강간 살해된 시신에서 서태윤은 자신이 붙여준 그 반창고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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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설영

supporting

전미선

박두만의 애인. 동네 집을 다니며 링거·주사를 놓으며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그 과정에서 들은 소문들을 박두만에게 흘려 백광호 검거에 일조한다. 마지막 살인 때 피해자가 될 뻔했지만 범인은 김소현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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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순

supporting

류태호

범행 장소에서 자위행위를 하다 체포된 두 번째 용의자.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지만 살인 묘사에 흥분하는 성도착이 있어 박두만이 범인으로 확신했다. 폭행·고문에 거짓 자백했으나 취조 중 5번째 살인이 일어나 무죄가 증명된다. 박지선 교수에 따르면 실제 이춘재와 가장 비슷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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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봉

supporting

변희봉

박두만이 '노인네'라 부르며 격없이 지내던 사람 좋은 강력반장. 백광호의 허위 자백으로 빠르게 사건을 종결하려다 현장검증에서 화상 후유증으로 손이 마비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망신을 당하고 임기 말년에 파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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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귀옥

supporting

고서희

회의에서는 커피 잔심부름이나 도맡고 '미스 권'으로 불리던 차별 속의 여형사. 그러나 비 오는 날 유재하 '우울한 편지'와 살인의 상관을 찾아낸 사람이 그녀이고, 살아남은 피해자에게 처음으로 입을 열게 한 사람도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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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여자아이 (정인선 분)

2003년 논두렁의 목격자, 영화의 마지막 얼굴

정인선

2003년 박두만이 다시 찾은 논두렁에서, 같은 자리에 누군가 있었다고 말하는 어린 여자아이. "그냥 뭐, 뻔한 얼굴인데... 그냥... 평범해요." 라는 마지막 대사로 관객을 카메라 쪽으로 끌어당긴다. 봉준호는 후일 "아이가 말하기엔 너무 어른들이 쓸만한 문법이었다" 며 이 대사를 어린 배우에게 준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정인선이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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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영화 외부 발화)

감독 본인 — 2019년 이춘재 검거 후 인터뷰 화자

영화 외부에서 등장하는 봉준호 본인의 발화를 묶기 위한 화자 슬롯. 23년 전 촬영 당시 "범인이 영화 보러 오지 않을까" 라는 농담이 2019년 이춘재 검거로 실제 가능성이 됐을 때, 그가 한 번 만나보고 싶다며 던진 단 하나의 질문 "본인이 죽인 사람을 기억하는가" 가 바로 이 슬롯에 모인다. 영화 본편의 인물이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메타 발화임을 명시하기 위해 OUTSIDE- 접두사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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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시간의 결

이 이야기를 빚어낸 9개의 결정적 장면을 시간 순으로.

  1. 논두렁 메뚜기 소년과 첫 시신 (1986년 가을)

    황금빛 논두렁에서 한 소년이 유리병에 메뚜기를 잡아 숨긴다. 경운기를 탄 박두만이 도착해 농수로 안의 여성 나체 시신을 발견한다. 카메라는 시신의 허벅지 위 메뚜기를 먼저 비춘 뒤 두만에게 초점을 옮긴다—악이 형사를 먼저 들여다보는 첫 구도. 송강호의 명대사 '지랄들 하고 있네. 씨발 논두렁에 꿀 발라놨나, 콧구녕 처박게 전부 다?!'가 터지는 2분 롱테이크 장면이기도 하다.

    지랄들 하고 있네. 씨발 논두렁에 꿀 발라놨나, 콧구녕 처박게 전부 다?!

    박두만 · 구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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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백광호 검거와 현장검증 망신

    곽설영이 흘린 소문에 따라 박두만은 동네 오락실에서 백광호를 잡아 지하 보일러실에서 취조한다. 광호가 살인 자세한 정황을 줄줄 읊자 박두만은 자백으로 받아들이지만, 사실 광호는 직접 목격한 것을 증언하고 있었다('아무도 안 죽였어', '그야 나도 모르지'의 어긋난 대답). 신체 조건 불일치 주장을 묵살한 채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화상 후유증으로 손이 마비된 사실이 들통나 구반장은 임기 말년에 파면된다.

    향숙이! 향숙이 예쁘지.

    박두만 · 조용구 · 백광호 · 구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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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유재하 '우울한 편지'와 빨간 옷 함정수사

    사건 파일을 다시 검토한 서태윤은 비 오는 밤에 살인이 일어난다는 패턴을 찾아내고, 권귀옥은 그 비 오는 날마다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가 라디오에 신청된 사실을 보고한다. 신동철 반장이 회의실 책상을 두드리며 외친다—'비 오는 날... 빨간 옷!' 여경 권귀옥에게 빨간 옷을 입혀 함정 수사를 펴지만 다음날 아침 들어오는 것은 또 다른 여인의 시신뿐이다.

    비 오는 날... 빨간 옷!

    서태윤 · 권귀옥 · 신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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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조병순 검거와 5번째 살인의 알리바이

    박두만은 피해자 사망 장소에서 자위행위를 하던 광부 조병순을 체포한다. 밤샘 고문과 거꾸로 매단 폭행 끝에 거짓 자백을 받아내지만, '손이 부드럽다'는 결정적 증언과 불일치한다며 서태윤이 풀어주자고 한다. 박두만이 화가 나 몸싸움을 벌이는 동안 조병순이 취조실에 있던 그 시각에 5번째 살인이 발생해 그의 결백이 증명된다.

    박두만 · 서태윤 · 조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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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조용구의 다리, 1987년 10월 20일

    백광호네 고깃집에서 TV에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뉴스가 흘러나오자 옆 좌석 대학생들이 경찰을 비난한다. 조용구는 여대생을 군홧발로 짓밟으며 폭행하고, 그 와중에 백광호가 휘두른 각목의 녹슨 못에 다리를 찔린다. 방치된 상처는 파상풍이 되고, 박두만이 서명한 다리 절단 수술 동의서의 날짜는 1987년 10월 20일—첫 사건 발생 약 1년 뒤다.

    조용구 · 백광호 · 박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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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김소현의 죽음과 등화관제

    비 오는 초소에서 형사들에게 학교 변소 살인마 얘기를 들려주었던 여중생 김소현이 밤 늦은 하굣길 야산에서 강간 살해된다. 그날 밤 정부는 야간 민방위 등화관제를 시행했고—세상이 어둠 속에 잠겨 있을 때 살인은 가장 쉬워졌다. 서태윤은 시신에서 자신이 양호실에서 붙여준 그 반창고를 발견하고 옷을 덮어준다. 그 직후 박현규에 대한 광기 어린 분노가 시작된다.

    서태윤 · 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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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터널 앞의 DNA와 '밥은 먹고 다니냐?'

    박현규를 잡고 미국 FBI에 정액 샘플을 보냈지만 도착한 서류 한 장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서태윤이 박현규를 때리며 자백을 강요하고 그의 손에서 흐른 피가 그 서류를 적시는 동안, 박두만은 폭주하는 서태윤을 막아선다. 살수차로 뿌리는 비 속에서 박두만은 박현규의 눈을 한참 노려보다 '씨발, 모르겠다... 밥은 먹고 다니냐?'를 던지고 그를 놓아준다. 박현규는 수갑을 찬 채 죽봉터널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씨발, 모르겠다... 밥은 먹고 다니냐?

    박두만 · 서태윤 · 박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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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17년 후, 다시 그 논두렁 (2003년)

    녹즙기 영업사원이 된 박두만이 가족과 가던 길에 우연히 첫 사건 현장 논두렁에 들른다. 한 여자아이가 다가와 '며칠 전에도 어떤 아저씨가 똑같이 여기를 들여다보고 갔어요'라고 말한다. 그 사람의 얼굴을 묻자 아이가 답한다—'그냥 뭐, 뻔한 얼굴인데... 그냥... 평범해요.' 박두만이 고개를 들어 카메라(관객)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영화 금기를 의도적으로 위반한 이 시선은 '이 영화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범인'을 향한 것이라고 봉준호는 밝혔다.

    그냥 뭐, 뻔한 얼굴인데... 그냥... 평범해요.

    박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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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영화 바깥에서 잡힌 진범 (2019년 9월)

    영화 개봉 17년 후인 2019년 9월 18일, 화성 연쇄살인 진범이 특정됐다. 청주 처제 살인사건으로 1994년부터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징역 복역 중이던 이춘재. 그는 혈액형 미스매치(실제 O형이지만 당시 B형으로 분석)로 용의선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박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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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장

깊이의 갈래

핵심 인물 4명을 따로 떼어 더 깊이 들여다본 글.

인물편

박두만

protagonist

'무당 눈깔'의 시초와 붕괴

박두만은 자신이 용의자의 얼굴만 보면 범인을 안다고 주장한다. 숲에서 자위행위를 하다 도망친 남자를 인파 속에서 잡아낸 일화는 그 자랑의 근거가 됐다(빨간 속옷이 살짝 삐져나온 것을 캐치했다). 그러나 이 능력은 좁은 시골 사회에서 짬으로 익힌 눈썰미일 뿐, 전대미문의 엽기 살인 앞에서는 무력하다. 신반장에게 브리핑하며 12.16을 '12일과 16일'로 잘못 읽는 장면, 타자기도 제대로 못 쳐 용의자가 알려주는 장면 등은 그의 '직감'이 결국 학력과 시스템의 부재를 가리는 가면임을 누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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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편

서태윤

protagonist

서류의 사도, 손의 사람

서태윤은 영화 내내 손으로 서류를 뒤지고 쓰레기통을 헤집는 인물이다. '서류는 절대 거짓말 안 하거든요'라는 그의 신념은 단순한 직무 윤리가 아니라 '악은 외부의 증거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는 형이상학적 전제에 가깝다. 박두만이 '내면 통찰'을, 서태윤이 '외부 증거'를 신봉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정반대이지만, 이동진의 지적대로 '악은 알아볼 수 있다'는 공통 신념을 공유한다. 그래서 그들은 둘 다 같은 방식으로 무너질 자격을 갖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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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편

박현규

antagonist

부드러운 손과 '우울한 편지'의 맥거핀

박현규를 가리키는 정황 증거는 짧고 강하다: 전역 후 시멘트 공장 취직 직후부터 사건 발생, 비 오는 날마다 '우울한 편지'의 라디오 신청, 살아남은 피해자가 증언한 '희고 부드러운 손'. 그러나 더 결정적으로, 그는 신청 사연이 방송에 소개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그의 라디오는 책을 읽으며 배경음으로 틀어둘 뿐인 일상매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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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편

백광호

supporting

향숙이, 향숙이 예쁘다—목격자의 어긋난 말투

백광호의 그 유명한 한 마디 '향숙이! 향숙이 예쁘지.'는 사실 그가 첫 살인을 직접 목격한 자라는 흔적이었다. 박두만이 '여자들 니가 다 죽였지?'라고 묻자 그는 '아무도 안 죽였어'라고 답하고, '왜 죽였어?'에는 '그야 나도 모르지'라고 받는다. 박두만은 자백으로 들었지만 백광호는 옆에서 직접 본 것을 증언하는 어투를 쓰고 있었다—'그(그 남자)가 여자들 어떻게 했어?'로 질문을 받아들였기에 술술 대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발달장애의 '~다'를 이상한 곳에 붙이는 어투에 가려져 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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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잔물결과 갈피

제작 (8)

  • 원작은 김광림의 1996년 연극 《날 보러 와요》. 박찬욱도 판권을 시도했으나 간발 차이로 봉준호가 먼저 따냈다.
  • 봉준호의 두 번째 장편. 제작비 41억 원(순제작비 26억 + 마케팅 15억). 전국 관객 5,255,376명으로 2003년 한국 영화 흥행 1위, 스릴러 장르 10년 연속 흥행 1위(2013년 《숨바꼭질》까지).
  • 촬영 김형구(이후 《괴물》까지 합류), 미술 유청·류성희·우제형, 편집 김선민. 음악은 일본 작곡가 이와시로 타로가 맡았으며, 삽입곡 유재하 '우울한 편지'는 영화 배경(1986)보다 늦은 1987년 발매라 작은 고증 오류.
  • 오프닝 논두렁 2분 롱테이크에서 변희봉은 13번 넘어지는 NG를 찍어 몸살을 앓았다. 같은 자리에서 감식반이 또 넘어지는 장면까지 모두 계산된 연출.
  • 박찬욱이 초고를 모니터링한 뒤 봉준호에게 영화 첫 장면 허수아비 문구 '너는 자수하지 않으면 사지가 썩어 죽는다'를 제목으로 추천했다. 봉준호 답—'저 이번 영화 중요해요. 그러지 좀 마세요.'
  • 송강호는 박두만의 억척스러운 인상을 위해 8kg을 찌웠고, 김상경은 후반부 무너지는 서태윤을 위해 매일 조깅하며 13kg을 뺐다. 촬영장에서 송강호가 배 터지게 먹는 옆에서 김상경이 허기를 면하는 수준으로만 먹었다.
  • 마지막 박두만의 카메라 정면 응시는 영화 연출에서 금기시되는 기법이다. 봉준호는 일부러 송강호에게 약간도 비껴 보지 말고 완전히 정면을 응시하라고 지시했고, 그 의도는 '이 영화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범인'을 향한 것이었다.
  • '밥은 먹고 다니냐?'는 4번째 테이크에서 나왔다. 살수차로 비를 뿌리는 추운 현장에서 봉준호가 이유도 안 알려준 채 '다시'를 반복 요구했고, 송강호는 '피를 말리는 기분'으로 여러 대사를 시도한 끝에 이 한 마디를 던졌다. 그 자리에서 마음에 들어한 사람은 봉준호 한 명뿐이었지만, 최종 편집 직전에 끼워 넣었다.

맥락 (5)

  • 박두만의 실제 모델은 故 하승균 형사다. 그는 영화를 보고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장면 때문에 내내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 박현규의 실제 모델은 1997년 27세에 암으로 사망한 윤 모 피해자다. 화성 9차 사건 용의자로 5일간 감금돼 27차례 거짓 진술서를 썼고, 일본에서 도착한 유전자 검사 결과로 풀려났으나 강제추행 혐의로 3개월 독방에 구금된 뒤 1997년 세상을 떠났다. 형 윤동기 인터뷰는 2021년 서울신문에 실렸다.
  • 조용구의 다리 절단은 1987년 10월 20일—첫 사건 현장 검증 약 1년 뒤. 영화 속 백광호네 고깃집에서 흘러나오는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1986) 뉴스가 조용구 폭발의 직접 계기다. ⟦OUTSIDE: 봉준호는 이 다리 절단을 '당시의 폭력적인 군사정권과 경찰에 대한 일종의 복수'라고 인터뷰했다.⟧
  • 이춘재는 청주 처제 살인사건으로 1994년부터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징역 복역 중이었다. 교도소에서 영화 《살인의 추억》을 봤다고 2020년 11월 2일 법원 증언에서 밝혔으며, 감상은 '아무 느낌이 없었다'였다.
  • 이춘재 검거 후 봉준호 인터뷰 (2019년 Deadline): '그는 평범해 보이나? 그는 평범한 남자처럼 보이는가? 그의 사진을 보고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영화의 가장 마지막 대사를 기억하실 것이다. (...) 나는 실제 살인범이 평범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왠지 나를 위로해 주었다.'

해석과 논쟁

이 영화는 '범인을 못 찾는 수사극'이 아니라 '악(惡)을 알아볼 수 있다는 인간의 모든 능력에 대한 거대한 패배의 연대기'다.

박두만은 내면(직감), 서태윤은 외부(서류)에 악의 인지 가능성을 걸지만 둘 다 무너진다. 박두만은 박현규의 눈을 한참 들여다보고도 '모르겠다'고 읊조리고, 서태윤은 가장 믿었던 미국발 DNA 서류에 자신의 손에서 흐른 피가 적셔지는 것을 본다. 두 사람 위에 공권력—등화관제로 어둠을 만들어 살인의 무대를 제공한 국가—까지 차곡차곡 패배가 쌓인다. 이동진의 표현을 빌리면, 영화는 '악 앞에서의 무능함과 탄식'으로 끝난다.

ⓘ 외부 지식 일부 포함

박두만과 서태윤은 정반대에서 출발해 서로의 자리를 향해 미끄러진다.

처음 박두만은 직감·고문·증거 조작으로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려는 시골 형사였고, 서태윤은 서류와 프로파일링을 신봉하는 엘리트였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에 박두만은 차분해지며 폭주하는 서태윤을 막아서는 자리에 서고, 서태윤은 박현규에게 총을 겨눈다. 두 신념이 한 명의 사건을 통과하며 자리를 바꾼 셈이고, 이는 박두만 첫 등장 시 서태윤을 강간범으로 오인해 날아차기를 하는 영화 초반의 농담이 영화 끝에서 두 형사가 '강간범과 피해자의 오빠' 양쪽에 모두 자리하게 되는 본질적 변주임을 드러낸다.

ⓘ 외부 지식 일부 포함

영화의 진짜 희생양은 여성 피해자만이 아니라, 백광호·조병순·박현규—그리고 박두만 자신까지 포함한 '시스템의 네 남자'다.

백광호는 발달장애와 화상 흉터 때문에 손쉽게 누명을 쓰고 죽었고, 조병순은 '변태'라는 낙인 아래 거꾸로 매달려 고문당했다. 박현규는 손이 곱고 책을 읽는다는 이유로 외지인 취급을 받았다. 표면상 가해자인 박두만조차 후진적 수사 시스템(전경은 시위 진압에 동원되고 유전자 검사 장비도 없는 국가)의 희생자다. 임정식의 표현대로 네 남자의 희생양 구조는 다르지만 모두 1980년대의 야만적 권력 구조라는 공통 원인에 닿는다.

ⓘ 외부 지식 일부 포함

더 강하게 읽으면, 박두만 자신이 화성 사건의 사회정치학적 진범—즉 1980년대 군사정권 공권력—의 상징이다.

오프닝의 메뚜기 소년은 박두만과 같은 옷·헤어스타일을 입고 그의 말과 행동을 따라한다. 카메라는 거울 소품을 작위적으로 등장시킨 직후 두 사람을 동일시한다. 백광호가 기차에 치여 죽은 다음 장면은 박두만의 손에 묻은 광호의 피를 클로즈업한다('내 손에 결국 피를 묻히고 말았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과 화성 빨간 옷 살인은 같은 1986년에 일어났고, 박두만의 '두'와 서태윤의 '태'는 전두환·노태우 육사 동기 두 대통령의 이름과 겹친다. 마지막 카메라 응시는 형사가 범인을 보는 것이 아니라 범인이 관객을 빤히 쳐다보는 장면으로 뒤집어 읽힌다. ⟦OUTSIDE: 이 알레고리적 해석은 한 한국 영화 블로그(theqoo '소름돋는해석')의 강한 주장으로, 봉준호 본인이 공식 인터뷰에서 이 도식을 직접 인정한 적은 없다. 다만 봉준호는 '군사정권 비판과 관련한 디테일한 해석을 보고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라고 느꼈다'고 발언한 바 있다.⟧

ⓘ 외부 지식 일부 포함

크레딧

각본
봉준호 · 심성보
음악
이와시로 타로
제작
싸이더스 · CJ엔터테인먼트
원작
김광림 · 날 보러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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