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범인을 못 찾는 수사극'이 아니라 '악(惡)을 알아볼 수 있다는 인간의 모든 능력에 대한 거대한 패배의 연대기'다.
박두만은 내면(직감), 서태윤은 외부(서류)에 악의 인지 가능성을 걸지만 둘 다 무너진다. 박두만은 박현규의 눈을 한참 들여다보고도 '모르겠다'고 읊조리고, 서태윤은 가장 믿었던 미국발 DNA 서류에 자신의 손에서 흐른 피가 적셔지는 것을 본다. 두 사람 위에 공권력—등화관제로 어둠을 만들어 살인의 무대를 제공한 국가—까지 차곡차곡 패배가 쌓인다. 이동진의 표현을 빌리면, 영화는 '악 앞에서의 무능함과 탄식'으로 끝난다.
ⓘ 외부 지식 일부 포함
박두만과 서태윤은 정반대에서 출발해 서로의 자리를 향해 미끄러진다.
처음 박두만은 직감·고문·증거 조작으로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려는 시골 형사였고, 서태윤은 서류와 프로파일링을 신봉하는 엘리트였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에 박두만은 차분해지며 폭주하는 서태윤을 막아서는 자리에 서고, 서태윤은 박현규에게 총을 겨눈다. 두 신념이 한 명의 사건을 통과하며 자리를 바꾼 셈이고, 이는 박두만 첫 등장 시 서태윤을 강간범으로 오인해 날아차기를 하는 영화 초반의 농담이 영화 끝에서 두 형사가 '강간범과 피해자의 오빠' 양쪽에 모두 자리하게 되는 본질적 변주임을 드러낸다.
ⓘ 외부 지식 일부 포함
영화의 진짜 희생양은 여성 피해자만이 아니라, 백광호·조병순·박현규—그리고 박두만 자신까지 포함한 '시스템의 네 남자'다.
백광호는 발달장애와 화상 흉터 때문에 손쉽게 누명을 쓰고 죽었고, 조병순은 '변태'라는 낙인 아래 거꾸로 매달려 고문당했다. 박현규는 손이 곱고 책을 읽는다는 이유로 외지인 취급을 받았다. 표면상 가해자인 박두만조차 후진적 수사 시스템(전경은 시위 진압에 동원되고 유전자 검사 장비도 없는 국가)의 희생자다. 임정식의 표현대로 네 남자의 희생양 구조는 다르지만 모두 1980년대의 야만적 권력 구조라는 공통 원인에 닿는다.
ⓘ 외부 지식 일부 포함
더 강하게 읽으면, 박두만 자신이 화성 사건의 사회정치학적 진범—즉 1980년대 군사정권 공권력—의 상징이다.
오프닝의 메뚜기 소년은 박두만과 같은 옷·헤어스타일을 입고 그의 말과 행동을 따라한다. 카메라는 거울 소품을 작위적으로 등장시킨 직후 두 사람을 동일시한다. 백광호가 기차에 치여 죽은 다음 장면은 박두만의 손에 묻은 광호의 피를 클로즈업한다('내 손에 결국 피를 묻히고 말았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과 화성 빨간 옷 살인은 같은 1986년에 일어났고, 박두만의 '두'와 서태윤의 '태'는 전두환·노태우 육사 동기 두 대통령의 이름과 겹친다. 마지막 카메라 응시는 형사가 범인을 보는 것이 아니라 범인이 관객을 빤히 쳐다보는 장면으로 뒤집어 읽힌다. ⟦OUTSIDE: 이 알레고리적 해석은 한 한국 영화 블로그(theqoo '소름돋는해석')의 강한 주장으로, 봉준호 본인이 공식 인터뷰에서 이 도식을 직접 인정한 적은 없다. 다만 봉준호는 '군사정권 비판과 관련한 디테일한 해석을 보고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라고 느꼈다'고 발언한 바 있다.⟧
ⓘ 외부 지식 일부 포함